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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티스쿨쩜넷

열정교사 구쌤의 학교이야기


고, 대검 학생들과 함께 한 수업들을 이야기합니다.

고대검 11차시 내가 좋아하는 시

구쌤, 2016-02-09 18:01:06

조회 수
787
추천 수
0

we-love-reading-1254346.jpg

그림출처 : http://images.scholastic.co.uk/assets/a/22/e5/we-love-reading-1254346.jpg


고대검 학생들과 11차시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시를 읽고 나누었습니다.


학생들이 이 숙제를 위해 여러 시집을 읽고 옮겨 적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결과도 아름다웠지만 과정이 특히나 아름다웠던 이번 수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검 학생들이 소개해 준 시 입니다.


1. 박장수 - 세월의 굽이


시를 읽으며 눈깜짝할 새에 지나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면서 추천해주었습니다.


2. 정지용 -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옓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돝아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긴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가 까마히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원래부터 좋아했던 시기도 했고, 표현이 아름답고 눈에 그려지며,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며 추천해주었습니다. 함께 노래를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3. 이오장-수박꽃


우리 삶에서 돌아보게 하는 점이 많다며 추천해주었습니다.


4.김소월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진달래꽃을 밟고 따먹으며 놀던 추억도 있고,


특히 가수 마야가 부른 진달래꽃의 멜로디가 좋아서 이 시를 좋아한다며 추천해준 학생도 있었습니다.


5.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특히 1연이 유명한 시 이지요. 고검학생들과는 1연만 이야기를 했는데


집에와서 검색을 해보니 이렇게 전문이 있었습니다.


6. 별-김재진


나는 나를 만드네

이별이 기다림을 만들듯

긴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새로운 만남 앞에 머뭇거리듯

나를 끌고 다니던 숱한 아픔들이

나를 만드네

고통을 자르고 돋아나는 또 다른 고통의 싹

버릴 수 없는 상처들이 나를 만드네

별은 투명한 고해

상처로 얼룩진 시간을 비추는

차가운 거울

살갗에 닿는 새벽공기가 두려워

얼굴을 감싼 내가 걸어가네

푸른 수증기가 어른거리고

얼어붙은 길을 마찰하는 바퀴들이 요란스레

시간에 다친 사람들을 쓰러뜨리네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아픈 기억도 많았다고.


그렇지만 지나고보니 그 아픈 기억들이 나를 만든것 같아서 이 시가 참 좋았다며 고검학생 한 명이 소개해주었습니다.


7. 강세환 - 겨울비 내렸을 뿐인데


겨울비 오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살았다


한 번도 울리지 않는 내 휴대폰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소파처럼

식탁과 마주 앉은 빈 의자처럼

혼기 놓친 여자 같은 계간지 표지처럼

뒷마당 대추나무 끝에 글썽글썽 맺혀 있던 빗방울처럼


옛 애인 같던 새벽녘 강릉 교동택지 맥줏집도

교항리 간선도로변 생맥주 카스타운도

꾸둑꾸둑 말린 장치찜 큰 축항 월성집도

찬 소주 곁들인 도루묵찌개 주문진 터미널 포장마차도


다만 겨울비가 좀 내렸을 뿐인데

겨울비도 나도 변명하고 있었다


너도 나도 서로 시절이 어긋났을 뿐이라고


새로 나온 시라고 합니다. 신문에 나온 글인데 참 좋아서 스크랩을 했다며 소개해주었습니다^^


다음은 대검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들입니다.


1. 유안진 - 그리운 말 한마디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자신의 젊은 시절과 요즘을 비추어 보게 된다며 대검학생이 추천해주었습니다.


예전엔 말이 없었는데 나이가 먹으니 고집이 세졌다면서 이 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본인을 돌아보게 되었다고요..


2.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애를 낳고 키우다 보니 어머니가 많이 그리워졌는데, 이 시를 읽으면서 많이 눈물을 흘렸다며 추천해주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대검반은 눈물바다가 되었답니다.


3. 정호승-달팽이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하는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 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

아마 아침 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


외로워서 길을 떠난다는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찍' 하고 죽는 장면은 조금 아쉬웠다고...


4. 정호승 - 햇살에게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시 입니다. 특히 먼지 밖에 안되는 나도 감사할 것이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바가 있습니다.


.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를 읽고 나누니 또 사람의 성향이 보입니다.


우리 학생들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그렇지만, 어느덧 다음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랍니다..

첨부
구쌤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항상 행복하고 싶은 초보교사 구쌤입니다 ..!

4 댓글

안준영

2018-04-12 15:08:06

오오오오 역시 선생님은 시를 좋아하시네요...

안준영

2018-04-12 15:08:18

와.gif

 

;-;;

2020-09-07 20:54:39

우와우와우

댑악이다

크하하

우어어어

포인트 팡팡!

2020-09-07 20:54:39

축하합니다. 운이 좋으시군요~~ ;-;;님은 30포인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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