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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티스쿨쩜넷

열정교사 구쌤의 학교이야기


고, 대검 학생들과 함께 한 수업들을 이야기합니다.

고, 대검 6차시 - 우리가 쓴 시 함께 읽기

구쌤, 2015-11-23 00:12:05

조회 수
645
추천 수
0

writer.jpg

그림출처 : http://www.jamesaltucher.com/wp-content/uploads/2015/07/writer.jpg


지난주에는 우리 학생들이 모두가 시인이 되어 글을 써주었지요.


오늘은 여러분이 썼던 시를 같이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고검 학생의 시를 읽어볼까요?


<다인이의 목소리 양수희>

 

다인이는 나의 손녀이다

내 아들을 보고 아빠라고 부른다

가슴이, 가슴이 먹먹하다

옥구슬 소리는 모르지만 정말 고운소리

세상에서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다

이게 행복이라는 건가 보다.


양수희 학생의 시입니다.


손녀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이 잘 드러나있지요.


저는 특히 '내 아들을 보고 아빠라고 부른다'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내 새끼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손녀를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가슴이, 가슴이' 를 두번 쓰면서 강조해주는 표현도 참 좋았습니다..^^


<미담 박혜숙>

 

미 안해요 여보!

담에는 절때루 스쳐가는 인연도 만들지 맙시다!

 

<문학 박혜숙>

 

글 읽는 것이 좋아

읽다보니

쓰는 것도 좋아지네


재치가 넘치는 혜숙 학생의 시입니다.


특히 '미담'의 원래 뜻이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반해, 그 내용이 반대되는 내용이라 더욱 재미를 줍니다.


문학에서는 이런 표현을 '역설'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2행시의 형식을 지키면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문학과 예술시간을 사모하는 혜숙학생의 마음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야학 박찬순>

 

언덕위에 내 꿈과 희망이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필과 지우개가 바쁘다......


언덕위에 있는 우리 대신야학을 떠올리며 웃음이 나옵니다.


꿈과 희망이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표현도 재미있습니다.


'연필과 지우개가 바쁘다'라는 표현도 예쁜데, 여운이 남도록 점을 여러개 찍어서 힘든 공부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우리 고검학생들이 특히 좋아했던 시였지요..^^


가르치는 일보다 사실 이 밤에 매일 야학에 나와서 공부하는 일이 훨씬 힘들지요.


우리 학생들. 정말 존경합니다.


<야학 양명옥>

 

나는 퇴근하고

저녁밥 챙겨먹고

야학에 온다

근데 야학에 오는게

참 쉽지 않다

버스타고, 보행으로

오르막길, 계단까지......

근데 난 야학을 사랑한다

선생님들도 참 고맙다

선생님들, 언니들, 사랑합니다.

파이팅!


우리 야학의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는 명옥학생의 시랍니다.


'버스타고, 보행으로, 오르막길, 계단까지'의 4글자로 이루어진 리듬감이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야학에 오는 일도, 공부하는 일도 쉽지 않아도 야학을 사랑한다며.. 언니들도 고맙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모습에서


명옥학생의 밝은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좋은 시입니다..^^


<단풍 양유정>

 

옷을 갈아입듯 언제나 아름다운 너희들

바람을 맞대어 달려있다가

때가 되면 바람따라 어디론가 가야하겠지

또래의 같은 마음과 처지에 서로를 알 듯

어디로 어디로 너는 가야하겠지


단풍이 드는 모습을 '옷을 갈아입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참 좋습니다.


단풍을 보며 풍성한 가을을 느꼈다가,


어느새 지고있는 단풍을 보며 또 자신과 동일시하여 연결하는 문장력이 일품입니다.


절정의 시간을 지나, 떨어지며 어디론가 가듯이, 우리 인생도 그럴 것이라는 확장까지 생각하게 되는 좋은 시입니다.


<일하면서 추명자>

 

연둣빛 새싹들이 돋고

마른 잔디가 서서히 초록색으로 되더니

이제 가을이 다가와 단풍 잎이 떨어지더니

온 바닥에 울긋불긋 색이 색동 저고리 같이

무지개 칠색같은 색

참 예쁘다

그런데 나는 직업이 미화원이다

요즘은 낙엽을 쓸기가 힘들지만

색깔이 너무 예뻐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쓸면서 사진도 찍는다

그런데 어느 학생이 마당 쓰는데 힘들지 않아요? 물었다

힘들지 않아요?

학생들 다니는 길을 쓸어야 돼요.


낙엽이 이쁘다가도, 또 직업의 특성상 잔뜩 쌓여있는 낙엽을 치우는게 고된 명자학생의 마음도 느껴지고요.


그럼에도 낙엽이 예쁘게 쌓여 또 기분좋게 쓸기도 하는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시 한 편에 다양한 심리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행의 '학생들 다니는 길을 쓸어야 돼요' 라는 표현에서 저는 두 가지 해석을 생각해보았습니다.


1. 힘들어도 이 일이 제 일이에요.(노동관)

2. 학생의 앞길을 열고 있어요. 이 일은 보람되는 일이지요.(성직관)


어떤 해석으로 읽는이가 받아들여도 멋진 표현의 시 입니다.


전자는 고된 노동의 현장이 잘 드러나고, 후자는 기쁨으로 일을 하고 있는 화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가을 정혜순>

 

바스락 바스락

낙엽이 실려가네

차가운 바람소리

가라앉은 들녘

 

멀어진

꿈을 잡으려

반짝이는 햇살처럼

뜨겁게 뜨겁게

달려가네


이 맘때쯤의 쓸쓸한 가을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실 한두주가 더 지나 이제 겨울이 되면 반짝이는 조명이 설치되고, 거리에는 캐롤이 흘러


이 시처럼 '가라앉은 들녘', '가라앉은 거리'의 느낌과는 또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 맘떄쯤 더 와닿게 읽을 수 있는 시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차가운 가을. 우리의 마음도 식을것 같지만 2연에서 여러 열정을 품고 나아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참 좋았습니다.


<199991안필순>

 

그 누구도 겪어서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일

이 세상 나만이 당했나. 그 누구도 시키지도 않고,

해서도 안되는 일을, 누구라는 말을 할 수도, 겪어서도 안된다

나만의 슬픔과 괴로움.

잊고 싶다. 그러나 생각이 난다. 생각하지 말자

아니 해서도 안 된다. 안하겠다

잊고 살자. 아니 잊어야 한다.


필순 학생의 절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어도, 화자가 얼마나 이 날을 큰 상처로 기억하고 있으며


지금도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이 한정임>

 

삼년전 어느 여름 우리에게 다가온 흰 사랑이

건조하던 우리 가정에 복덩어리가 온다

이녀석 사랑이라 이름 불러 주기로 했다

역시나!

이녀석 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삼년이 지난 지금 제법 어른이 된 사랑이

이젠 동네 스타가 되어 있다

말썽을 부려도 예쁘고 멋진 자태를 보일 때도

역시나 사랑이.


귀한 사랑이. 첫 행을 보자마자 이 사랑이가 누군지 파악할 수 있지요? 아마 강아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맨 처음에 읽었던 '다인이'의 시 처럼 화자가 대상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 이지요.


그리 화려한 표현이 쓰이지도 않았는데도, 읽으며 마음이 금세 따뜻해지는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고검 학생들의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부끄럽게 한 자 한자 쓰시더니 저마다 시인이십니다.


이어서 읽어볼 대검 학생들의 시도 만만치 않습니다.


<껌딱지 진성택>

 

30년 세월 인생길 칠흑 같은 날에도 항상 옆에 있는 희

희와 나 사이에 두 줄기의 뿌리가 성장하고 있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이 느껴지네


진성택 학생의 시입니다. 30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부부의 금슬이 잘 느껴지는 시네요.


'희'라는 표현이 참 남사스럽고 좋습니다..ㅋㅋ


'두 줄기의 뿌리'라는 표현도 아주 좋습니다. 


좋은 표현은 참신하면서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일텐데요.


저 두 줄기가 무엇인 지 우리는 읽으면서 알 수 있습니다. 자녀들 이야기겠지요?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잘 느껴지는 좋은 시입니다.


<현충사 이복원>

 

산등성 운무는 숲 속 나그네

잠깐 보이다가 사라짐의 여운

현충사 넓은 들에 흩어진 낙엽

비 속에 서있는 충무공의 형상

명량대첩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지난 가을날 대신야학에서 갔던 소풍의 풍경을 운치있게 잘 그려냈습니다.


시를 읽기만 해도 그 날의 풍경이 한폭의 사진이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는 듯 합니다.


운치있는 분위기의 표현을 잘 살렸습니다.


현충사를 가지 않은 사람들도 이 날의 비오는 현충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오는 가을 소풍 조영숙>

 

설레이는 밤은 어릴적 마음과 같다

도시락 김밥이 아닌 분식집 김밥

그래도.. 만나다 함께 하니...

 

~알간 단풍나무 아래

활짝핀 웃음으로 한 컷. 소녀 같다.

누구, 누구의 엄마를 내려놓고

 

~ 곱다. 예쁘다. 고맙다.

가을비 내리는 현충사. 가을단풍

아직은 살아있는 우리들 감성

 

한 손에 우산들고. 행여나 예쁜 단풍잎이 가려질까

하나둘 우산을 내려놓고 또 한 컷.

비 맞아도 마음만은 즐겁다네!

 

흠뻑 비 맞으며 타는 레일바이크

내짝 금이는 힘들다 춥다 하면서도

얼굴은 행복가득. 웃음가득

내 인생 다시 못 올 추억을 만들며


영숙학생의 평소가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같은 가을 소풍 글임에도, 앞의 시는 운치있는 현충사의 풍경이 잘 드러났다면


이 시는 정말 영숙 학생의 '소녀감성'이 잘 드러났습니다.


누구 누구의 엄마를 내려놓고 모두 소녀로 돌아가서 왁자지껄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고,


소풍을 마음껏 즐기고 온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숙 학생의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을 잘 담아낸 좋은 시입니다.


<잃어버린 꿈 김춘매>

 

내 마음에 꿈이

숨은 꿈이, 잠자는 꿈이, 잃어버린 꿈이

뿌연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살포시 다가오네

내 꿈!

입가에 미소지으며 꿈을 찾아

일터에서 야학으로

야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네!


야학에 관하여 쓴 춘매 학생의 시 입니다.


'꿈'이라는 단어가 반복이 되면서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 '야학으로, 야학으로'의 표현에서 야학을 두 번 써주면서 강조를 하며 감정의 깊이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에서처럼 춘매 학생의 여러 꿈들이 야학에서 잘 영글어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어느 비오는 가을날 김정옥>

 

새싹 돋고 푸르름을 자랑하듯

싱그러움을 주던 씩씩한 나뭇잎

이제는 아름답고 고운 자태를 뽐내며

환상의 색깔을 지어내는 단풍잎

 

가을 비에 그 아름다움은 추억으로 남기며

빗방울과 바람에 한 잎 두 잎 떨어지네...

 

나도 한 때는 저런 꿈과 희망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낙엽처럼, 내 머리카락도 물들이고 있네


가을의 풍경이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또, 풍경을 관찰하다 자신의 인생도 돌아보는 시선 이동이 일품입니다.


저는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이 참 마음에 듭니다.


낙엽처럼...물드는 머리카락에 대한 해석을 어떤이는 '뿌리 염색'으로, 어떤 이는 '흰머리가 나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뭐가 됐든 머리 색이 변하는 것을 '물들인다'라고 표현한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일곱 빛깔 무지개 이정숙>

 

10대는 하얀 색깔로 붓을 들고

20대는 파란 색깔로 상상의 나래를 칠하고

30대는 빨강, 노랑, 파랑, 주황, 초록, 남색, 보라 색으로

40대는 여러 가지 색깔로 덧입혀

50대는 드디어 무지개 색깔로 꿈을 이루었네


각 나이에 걸맞는 색깔을 잘 표현했습니다.


정말 10대때에는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 일 거고


20대는 푸르른 '청운'의 꿈을 품을 나이지요.


30대는 다채롭게 인생을 설계하며,


40대는 그 색깔을 조화롭게 맞추어


50대에 이르러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색깔로 참 잘 표현해낸 시입니다. 멋지지요?


<갱년기 임금이>

 

나는 요즘 갱년기앓이를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균형을 잃었다

자꾸만 무너져가는 나를 붙잡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야학 학생들이 이 시를 읽으며


'정말 마음 아프도록 공감이 간다' 며 웃으셨습니다.


20대의, 게다가 남자인 저는 절대로 이해 하지 못할 저 글과 세계. 우리 야학의 어머님들은 잘 알고 계셨지요.


참 잘썼다며 칭찬해주셨습니다.


.


짧은 시간에 멋진 글을 써준 고검, 대검 학생들 모두를 칭찬하며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를 참 잘 읽었습니다.


제가 시를 가르쳐야하는데, 좋은 시들로 제 마음을 잔뜩 채워나간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우리 영혼을 마음껏 살찌워 봅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장 감명깊게 읽은 시를 고, 대검 각각 두 편씩 선택하셔서 투표해주신다면


우리 학생들에게 큰 격려과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구티스쿨에 오시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첨부
태그
구쌤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항상 행복하고 싶은 초보교사 구쌤입니다 ..!

4 댓글

최대규

2015-11-25 04:09:38

두 학교가 많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배움이 무엇인가? 알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향해 있는지? 알아감에 함께 하는 이들로 인해 가슴을 채우는 것들이 깊어집니다.
가을입니다. 지구 주위를 끊임없이 공전하는 지구 위에서 또 하나의 지구가 달려갑니다~
대신 야학 공동체에 하나님의 은혜가 계속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김혜영

2015-11-25 08:28:55

어쩜 이리도 멋진 시들을 만들어내셨는지 놀랍네요.^^ 감동 받고 갑니다.

박지은

2015-11-25 11:21:02

배울게 많은 구쌤@

화이팅!

나그네

2015-11-30 13:52:49

좋은 시 잘 읽고, 느끼고 갑니다.

정말 다들 멋진 시를 쓰셔서 2개씩 고르는 게 힘들었어요. 시에 담긴 희노애락을 보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고 갑니다. 다들 정말 멋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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